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특별검사팀이 이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이 부회장 쪽은 재판부 뜻에 따라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3일 법조계 취재 결과, 특검은 지난달 31일 ‘삼성 준법감시위를 평가하기 위한 이 부회장 재판부의 전문심리위원 제도 도입은 내용과 절차상 모두 적법하지 않다’는 뜻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통상 건축·의료·환경 등 전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심리할 때 활용되는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재벌 총수인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에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세명으로 꾸려질 전문심리위원단이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에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판단할 만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 수개월 안에 그런 판단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달 17일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양형 요소로 반영하고, 그 ‘실효적’ 운영을 점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들이 지명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특검과 이 부회장 쪽에 후보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의견서에서 재판 절차의 문제도 지적했다. 전문심리위원 선정을 위한 준비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준법감시위와 관련해 특검의 반박 의견을 듣고, 재벌체제 혁신은 물론 이 부회장의 다른 양형 사유도 함께 심리할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의 첫 파기환송심에서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와 함께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을 함께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대법원이 이미 승계작업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부정청탁이 존재했음을 인정한 만큼 그의 ‘적극적 뇌물 제공’ 행위도 준법감시위 등과 더불어 양형 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이 부회장 쪽은 준법감시위 설치는 물론 이를 평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 제도 등도 재판부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쪽은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심리위원 제도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4일 열린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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