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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헌재 결정 이후 긴급조치 ‘6개월 소멸시효' 깬 첫 항소심 판결 나와

등록 2020-02-12 11:53수정 2020-02-12 15:27

2018년 8월 헌재 ‘6개월 시효 적용 위헌’ 결정 이후
긴급조치 사건 손해배상 소멸시효 3년 적용 첫 판단

“헌재 결정 뒤에도 양승태 대법 ‘6개월 시효’ 판례 따르는
하급심 판단 많아…3년 시효 확립 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사단법인 긴급조치 사람들이 2018년 8월3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조치 등 과거사 관련 헌재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사단법인 긴급조치 사람들이 2018년 8월3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조치 등 과거사 관련 헌재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긴급조치 위반 손해배상 사건에서 소멸시효 3년을 인정한 첫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긴급조치 사건에서 기존 6개월이 아닌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3년 시효를 인정한 첫 판단이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는 김아무개씨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2억8천만원을 김씨 쪽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대학생이던 1975년 영장없이 체포 구금돼 그해 6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간행물을 제작해 ‘유언비어를 날조했다’는 혐의를 적용받았고, 경찰의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 김씨는 이듬해 5월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석방까지 329일 동안 구금됐다.

30여년이 지나 김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2013년 7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4년 8월께 김씨는 본인을 포함해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제들의 손해배상 채권을 상속받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위자료를 청구한 시점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김씨의 배상 청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속해, 피해자가 무죄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배상을 청구하면 소멸시효 기간을 지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8월 헌재 결정을 따른 것이다. 헌재는 당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등에 대해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헌법소원을 낸 이아무개씨 등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이 정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6개월로 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과거사 사건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했음에도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사안”이라며 피해자가 진실규명 결정 또는 재심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16년간 옥살이를 했던 ‘납북 어부’ 사건 피해자 정영씨와 그 가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도 배상 청구 소멸 시효를 3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정씨 사건은 지난 헌재 결정 대상이 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하급심 법원에서는 긴급조치 피해 사건 등의 손해 배상과 관련해 2013년 대법원 판례인 6개월 시효를 인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 12월 대법원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등이 낸 소송의 소멸시효를 ‘재심 무죄 확정 이후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해석했다. 이 해석이 과거사 국가배상 사건의 판례로 확립돼 헌재 결정이 난 현재까지도 하급심에서는 이 판례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정일 변호사는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르다 보니 법원에서도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라 6개월 시효를 적용해 사건을 기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단으로 3년 시효 적용이 하급심에서 제대로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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