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슬롯머신 현금상자를 열어 수천만원을 훔쳐 국외로 달아난 용의자 3명 가운데 2명이 12일 밤 10시께(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붙잡혔다. 붙잡힌 용의자들은 페루 국적의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다. 경찰은 다른 나라로 도주한 홍콩 국적 용의자 1명도 추적 중이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국적 등의 위조 여권으로 6일 한국에 입국해 7일 오후 7시께 강원랜드 카지노 슬롯머신 안에 있는 현금상자를 만능키로 열어 2400여만원을 훔친 뒤 채 6시간도 지나지 않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도망쳤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경찰청 외사국은 8일 용의자들이 태국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태국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했다. 또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11일 발부받았다. 하지만 태국 현지에서 용의자들의 출입국 조회를 마친 12일에는 이미 용의자들이 카타르 도하를 향해 떠난 뒤였다. 이들은 12일 새벽 3시47분 태국을 출국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한 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비행 중이었다. 12일 오후 6시께 용의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마드리드 공항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곧바로 스페인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한 뒤 현지 한국 경찰 주재관에게 용의자 검거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12일 밤 10시께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 용의자 2명은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태국과 카타르, 스페인 인터폴 및 인터폴 상황실과 스페인 한국 경찰주재관과의 협조로 범행 5일, 인터폴 적색수배서 발부 이틀 만에 용의자들을 붙잡은 것이다.
경찰청 외사국은 법무부와 협의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또 유사한 범행을 막기 위해 194개 회원국에 이들의 범죄수법을 알리는 보라색 수배 서를 인터폴에 신청한 상황이다.
한편 이들은 한국 입국 전에도 필리핀 카지노에서 수상한 행동을 해 출입금지 조처를 받은 바 있다. 이때문에 경찰은 이번에 붙잡힌 용의자들을 상습적인 카지노 절도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