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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 언론 ’코로나19’ 보도 어땠나…“과장·추측성·생중계식 보도 안돼”

등록 2020-02-13 16:29수정 2020-02-13 18:15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주제 긴급 토론회

생중계식 보도·선정적 뉴스 편집 삼가야
“공공성·감염인 사생활 보호 동시 추구”
2020년 2월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감염질병과 언론보도'에서 김경희 한림대 교수가 '감염질병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2월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감염질병과 언론보도'에서 김경희 한림대 교수가 '감염질병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사회에서 누가 신뢰를 도약시킬 수 있나. 정부는 물론 미디어(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감염질병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연 긴급 토론회에서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불확실성이 많을 때 사람들은 위험을 느낀다.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 간격을 줄여주는 것이 신뢰”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국 언론은 연일 감염병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과장·추측 보도나 생중계식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보다 나은 감염병 관련 보도 관행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경희 교수는 언론이 감염병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자’로서 시민들에 위험을 인식시키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며, 예방 대책을 확산하는 역할 등을 한다며 언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프레임 설정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짚었다.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고조되는 속에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위생 불량’을 지적한 ‘대림동 르포’(1월29일)와 같은 보도가 ‘중국인은 위생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부정적 프레임을 설정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위험을 강조하며 ‘외출을 자제하라’는 것이나 ‘조심하면 괜찮다’는 것 역시 모두 언론의 프레임 기능인데 그 영향력이 큰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감염병 관련 보도 시 언론이 △생중계식 보도 △선정적 뉴스 편집 △영상중심 취재 등의 관행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전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새롭게 판단할 내용이 많은 만큼 △취재 경력이 있는 기자를 투입한다거나 △‘현장 데스크’를 둬야 한다는 등의 재난 보도 준칙에 더해 △‘의약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염병 보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보도를 할 때 △피해 최소화 △공공성과 감염인 사생활 보호 동시 추구 △정확한 보도 최우선 등의 목적과 원칙을 지킬 것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9∼10월 전국에 있는 20∼6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염병 언론보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인용하며 언론이 사건만 중점적으로 보도할 때보다 정확한 출처를 제시하며 예방수칙을 제공할 때 시민들이 실제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행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종 감염병 보도시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해 보도해야 한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추측, 과장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특히 앞뒤를 자르거나 일부만 인용하는 그런 관행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2020년 2월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감염질병과 언론보도'에서 김경희 한림대 교수가 '감염질병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2월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감염질병과 언론보도'에서 김경희 한림대 교수가 '감염질병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에서 김 교수는 정보 출처 밝혀 적기 등 기본 원칙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감염병 문제를 다루면서 발생율, 증가율, 사망율 등을 보도할 때 비율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실제 건수나 인원을 함께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환자가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고 할 경우 300% 증가한 것이 맞지만 백분율만 제시할 경우 오해는 물론 지나친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토론자인 이훈상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4년 에볼라 확산 때 국내 언론이 ‘외신에 의하면’이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중국 통신사 한 군데를 말한 것이었다”며 “(언론이 인용을 할 때) 외신에 의하면, 학계에 의하면 등 모호한 표현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확진자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가 높아지는 속에 인터넷에서 실제 일부 확진자들에 대한 신상털기와 루머가 퍼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나친 개인 정보 공개로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감염인에 대한 보도 시 가족 등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사진과 영상은 본인 동의 없이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 △선정적이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다른 전염병과 무조건적인 비교 등을 지양하고 △적절한 보도량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위험인식조사 내용을 언급하며 “’우한폐렴’이라는 초기 용어가 일으킨 부정적 정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보다) 더 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방역, 사고수습, 치료기관 등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낮게 나왔다”고 했다. 다만 언론이 제공하는 팩트체크가 가짜뉴스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참여자의 87.2%가 동의했다고 한다.

토론에서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구체적으로 잘못된 언론보도 표현을 소개하며 “2월11일자 보도인데, 제목에 ‘사망자 1000명 돌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위중한 상황을 스포츠 경기처럼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또 “2월1일부터 10일동안 확진자가 5배 증가했다고 하는데, 5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난 것이라 5배는 맞지만 3일 동안 빠르게 증가하고 그 이후 둔화되는 추세에 대한 소개는 없다”고 했다.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전체 맥락을 짚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 헬스컴 학회는 신종플루나 사스(SARS) 등 신종 감염병 발발 시를 대비한 감염병 보도 준칙을 만든 바 있는데, 김 교수는 이러한 준칙을 환경 변화와 취재 현장 상황에 맞게 바꾸고 모호한 표현 등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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