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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자체 〈기생충〉 관광코스 개발이 부른 “가난 포르노” 논란

등록 2020-02-14 16:11수정 2020-02-14 16:52

영화 속 기택 가족의 반지하 촬영지 마포구 아현동
“누군가의 진짜 삶이 전시 대상으로” vs “마케팅일 뿐”
정의당 “가난을 전시거리 삼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냐”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기생충> 촬영현장이었던 ‘돼지쌀슈퍼’ 일대에서 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기생충> 촬영현장이었던 ‘돼지쌀슈퍼’ 일대에서 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13일 영화 <기생충> 촬영지를 배경으로 한 관광코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화 전문가와 함께 하는 팸투어’로 <기생충>의 주요 촬영지 4곳을 소개하는 기생충 탐방코스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탐방코스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과 종로구 부암동 등으로 영화에서 ‘우리슈퍼’로 나온 ‘돼지쌀슈퍼’, 동네 계단,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스카이피자 등이다. 영화 속 기택(송강호분) 일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주택 주변 풍경을 실제로 촬영한 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생충>의 주요 촬영지는 외국 팬들도 찾는 성지순례 코스가 됐을 정도로 한류 관광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2.

서울 마포구 역시 <기생충> 촬영지를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역시 마포구 손기정로 32에 있는 ‘돼지쌀슈퍼’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기우(최우식)가 이곳에서 친구와 술잔을 주고받으며 과외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다. 마포구는 돼지쌀슈퍼 주변에 포토존을 만들 예정이다. <기생충> 촬영지를 중심으로 마을여행 골목투어 코스도 개발한다.

#3.

경기 고양시는 지난 12일 <기생충>을 촬영한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의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세트장을 복원해 체험관광시설을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곳에서 기택의 반지하 집과 골목을 정교하게 만들어 폭우에 동네가 물에 잠기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영화 &lt;기생충&gt;의 반지하 장면.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장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팸투어 코스 조성’ ‘반지하 세트복원’ ‘기생충 동네투어’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이 정작 영화의 메시지를 가린 채 ‘가난 포르노’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린 시절 반지하에 살았다는 ㄱ(27)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런 현상을 두고 “그냥 가난 포르노다. 누군가에게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가난의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상품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일을 나서서 상품화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지금 상황이 영화처럼 아이러니하다. (영화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지리멸렬하게 하루를 살아가지만 돈 많은 사람들은 우아하게 폭우가 내린 뒤 파티를 여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저기서 사는 삶이 진짜겠지만, 누군가에겐 전시할 대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 서글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트위터에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나. 거주민들이 그런 이미지 소비가 싫다는데 무슨 날벼락이냐”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12일 성명을 내고 “<기생충>의 유명세는 ‘불평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러한 ‘기생충’의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것은 가난의 풍경을 상품화하고 전시 거리로 삼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반적인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미국은 할렘 등 슬럼가를 관광코스로 하는데 큰 사회적 반발은 없다”, “그냥 영화가 좋아서 그 장소에 가는 거지 빈부 격차를 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가난 포르노’로 보는 시선은 과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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