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광진교 인근에서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광나루한강치안센터 관계자들이 순찰정을 이용해 출동로 개척 작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8시55분, 112신고센터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딸이 양화대교로 투신하러 갔다”는 어머니의 호소였다. 신고는 실시간으로 서울 한강경찰대 망원센터에 전달됐다. 정확히 5분 뒤인 오후 9시, 한강경찰대 순찰정 104호가 양화대교 남단에 도착해 수색을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수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창길 경위 등 망원센터 대원 3명은 성산대교 방향으로 떠내려가던 한 20대 여성을 발견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안팎을 맴돈 이날 밤, 수상 구조 베테랑인 조한용 경장이 망설임없이 얼음장 같은 강물로 뛰어들었다. 조 경장은 곧바로 튜브를 이용해 의식을 잃은 이를 순찰정으로 끌어 올렸다.
인명구조의 성패는 구조 직후 몇 분 사이 ‘골든타임’에 달렸다. 구조자를 배 위로 끌어올린 뒤의 현장의 응급조처가 생사를 결정한다. 박 경위는 구조자의 의식 여부부터 확인했다. 의식이 없는 이의 경우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따뜻한 물을 뿌리고 팔다리를 마사지하는 등 저체온증을 막는 응급조처와 함께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이날 구조된 여성은 가까운 망원 계류장을 거쳐 9시30분께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전 그는 이미 의식을 회복한 상태였다. 최초 신고로부터 정확히 35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표류하던 투신자를 한강경찰대가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하루 전인 15일, 여느날처럼 무너진 누군가의 삶을 건져올리려 이들처럼 한강 밑바닥을 뒤지던 한강경찰대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가양대교 인근에서 투신자 수색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유재국(39) 경위다. 유 경위와 함께 근무했던 한강경찰대 구조요원들은 영결식(18일)을 앞두고 동료를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변함없이 삶의 낭떠러지에 놓인 이들을 구하려 분투중이었다. 하동진 한강경찰대장은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년 반을 함께 일한 유재국 경위를 떠나 보내 직원과 유가족이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강경찰대의 한 대원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어) ‘한강 다리 투신’이라는 신고가 뜨는 순간 두려웠지만, 구조자를 살려내는 게 한강경찰대의 존재 이유”라며 “아무리 두려워도 투신자를 살려낸 순간만큼 보람된 순간은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강경찰대는 작지만 강한 조직이다. 2019년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18년 한강 다리에서 있었던 430차례의 투신 시도 가운데 416명이 구조됐다. 2019년(9월 기준)에는 376차례의 투신 시도 중 359명이 구조됐다. 한강경찰대가 119특수구조단과 업무를 공조하며 이뤄낸 성과다. 한강 투신자의 생존 구조율은 95%를 웃돈다.
놀라운 구조율에 견줘 일손은 빠듯하다. 한강경찰대의 인력은 대장을 포함해 30명에 불과하다. 업무 구역은 서울 서쪽 행주대교부터 동쪽 강동대교까지 한강 물길 41킬로미터에 이른다. 서울에서 가장 넓은 서초구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한강에서 구조, 수사, 감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소속은 서울지방경찰청이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별동대다. 직원들의 이력이 화려하다. 대다수가 특전사, 해병대, 수중폭파대(UDT), 해난구조대(SSU) 등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실제 구조 임무에 투입되는 대원 24명이 ‘망원·이촌·뚝섬·광나루’ 치안센터 사무실에서 2인 1조, 3교대로 근무한다.
하동진 대장은 “대원들이 일하는 한강은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탁하고, 수심 6미터만 내려가도 칠흑같이 어두워 촉감으로 실종자를 감지해야 한다. 언제든 사고 위험이 있지만 실종자가 발생하면 강으로 뛰어드는 게 한강경찰대의 역할이다. 다만 직원들이 좀 더 안전하게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구조 장비의 최신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완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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