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논란이 아닌, 화제가 된 레즈비언 서사

등록 2020-02-22 17:46수정 2020-02-22 17:49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안녕 드라큘라>

초등학교 교사 안나(서현)는 자꾸만 멀어지는 애인 소정(이청아)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자기애가 강한 드라마 작가 미영(이지현)은 딸 안나의 상처를 짐작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안나를 더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안나의 반 학생인 10살 유라(고나희)는 전학생 지형(서은율)과 친해지지만, 서로 다른 환경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방과 후 교사인 무명 가수 서연(이주빈)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힘들어한다. 그녀들은 학교에서 혹은 아파트에서 서로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때론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모두 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지독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제이티비시>(JTBC) 단막극 페스티벌 ‘드라마 페스타’의 2020년 첫 작품 <안녕 드라큘라>는 삶에서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문제와 마주하는 이들을 그린 옴니버스 드라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엄마와 갈등을 겪는 여성, 곧 다가올 서른 앞에서 장래를 고민하는 청춘, 우정과 계급의 간극 사이에서 처음으로 현실의 잔혹함을 깨닫는 아이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방황하는 세 사람의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이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레즈비언인 안나의 이야기다.

안나는 중학교 시절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되자마자 학부모에게 이를 들키고 공개적으로 곤욕을 치른다. 좋아하던 아이의 거짓 변명과 ‘지옥에 가라’는 어른들의 저주도 괴로웠지만, 가장 큰 상처는 엄마 미영의 차가운 외면이었다. 안나가 열살이었을 때 남편과 이혼한 미영은 안나가 아우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한 뒤 딸에게 더욱 집착하면서 그녀가 착하고 ‘평범한 딸’로 자라주기를 요구한다.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억압 속에서 성인이 되어 만난 여자친구 소정은 안나의 유일한 위로이자 희망이 된다.

<제이티비시>는 2015년 방영한 미스터리 학원물 <선암여고 탐정단>의 한 에피소드에서 연인 관계인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면서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방송한 것은 품위 유지와 청소년 정서 함양 조항에 위배된다”며 법정 제재를 내렸다. 그로부터 5년 뒤, 비록 2부작 단편이긴 해도 레즈비언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논란이 아닌 화제 속에 방영된 것은 새삼 시대의 변화를 말해준다. 소위 ‘대중성’을 지닌 스타 배우 서현과 이청아가 레즈비언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안나의 아픔이 주로 엄마와의 갈등을 통해 드러나고 정작 연인 소정과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적은 비중에 머물렀다는 점은 여전히 현실의 한계를 보여준다. 안나의 성장이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그려지는 것도 아쉽다. 이 드라마의 ‘안녕’은 아직 새로운 내일을 향한 인사로는 나아가지 못한다. 티브이 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조민에 이례적 집행유예 구형했던 검찰, 1심 벌금형에 항소 1.

조민에 이례적 집행유예 구형했던 검찰, 1심 벌금형에 항소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기자 “재판에 대통령 불러 처벌 의사 묻겠다” 2.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기자 “재판에 대통령 불러 처벌 의사 묻겠다”

정부 “의사 집단에 굴복 않겠다”…‘2천명 증원 철회’ 요구 일축 3.

정부 “의사 집단에 굴복 않겠다”…‘2천명 증원 철회’ 요구 일축

서울 도심서 ‘13중 추돌’ 아수라장…1명 사망·16명 부상 4.

서울 도심서 ‘13중 추돌’ 아수라장…1명 사망·16명 부상

검찰의 불법 자백? ‘윤석열 검증’ 압수폰 촬영본 “삭제하겠다” 5.

검찰의 불법 자백? ‘윤석열 검증’ 압수폰 촬영본 “삭제하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