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의자에게 뒷수갑을 채우고 목덜미를 누르는 등 과도하게 제압한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진정인 정아무개(37)씨가 서울 ㄱ경찰서 형사과 소속 ㄴ경장과 ㄷ경사를 상대로 낸 진정을 검토한 뒤 해당 경찰서장에게 이들 경찰에 대해 징계 조처할 것을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의 설명을 보면, 정씨는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술집에서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씨는 “현행범 체포 뒤 조사대기실에서 대기하던 중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경찰이 뒷수갑을 채우고 정강이를 걷어찼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정씨는 사건 당일 ㄱ경찰서 형사과 조사대기실에서 오른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연결된 상태였다. 정씨가 담배를 피우려하며 발길질을 하자 ㄴ경장과 ㄷ경사가 정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수갑을 연결해 양손 뒷수갑을 채웠다. 정씨가 다시 담배를 피우려 했을 때 경찰이 발로 차서 담배를 뺏으려 하고 다리를 걷어차거나 목덜미를 눌러 제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ㄷ경사는 인권위에 “정씨가 흥분한 채로 욕설을 해 정씨와 경찰관들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뒷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했다. ㄴ경장은 “정씨가 경찰관을 걷어차며 욕설을 해서 ‘관공서에서 지속적으로 행패를 부리면 추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고지한 뒤 수갑을 갈아 끼웠다. 이 과정에서 정씨의 무릎과 정강이를 손으로 눌러 경찰관들을 걷어차지 못하게 제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ㄱ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해 ㄴ경장에게 지난해 4월 주의 징계를 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행위가 주취 상태였던 진정인을 제압해 관내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던 의도임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경찰장구 사용과 물리력의 행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오른쪽 수갑이 의자에 연결돼 신체 거동이 제한된 상태였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나 자해·위해 위험성을 이유로 추가로 양손에 뒷수갑을 채울 필요는 없었다고 봤다. 또 이미 호송이 완료된 진정인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맞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공권력의 집행은 최대한 절제돼야 하고 정당한 직무 집행 범위 이상의 물리력 행사는 용납될 수 없다. 피진정인들의 행위는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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