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인 봉욱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감시위 2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봉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임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삼성 수사 내용 유출 우려와 함께, 전직 검찰 고위간부가 퇴임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원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검 차장검사로 재직한 봉 변호사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함께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을 지휘했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재 반부패수사2부)는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본사와 회계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까지 삼성 주요 임원들을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였다. 당시 봉 차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삼성 수사팀 관계자로부터 영장 청구 배경과 관련자들의 진술 등 수사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후 봉 변호사는 퇴임 7개월 만인 지난 1월 삼성이 법원 요구로 만든 삼성 준법감시위의 외부위원 5명 중 1명으로 합류했다. 전직 대검 차장이 ‘이재용 감형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삼성 내부 위원회에 합류한 것이다. 삼성 수사팀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고위임원들을 연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봉 변호사를 통해 수사 기밀이 삼성 쪽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봉 변호사는 준법감시위는 삼성과는 독립된 기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봉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준법감시위는 삼성과 완전히 독립되어 있고, 진행 중인 삼성 관련 재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기구”라며 “삼성의 사외이사나 법률고문을 맡았다면 (수사기밀 유출 등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준법감시위 위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봉 변호사의 준법감시위 합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3일 봉 변호사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처분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경실련은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이 준법감시위에 참여해 이 부회장의 감형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변칙적인 형사재판 관여 행위로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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