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인 접촉 최소화 방안으로 황당한 ‘한시적 재택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비판을 사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구성원 감염 예방 및 시민 확산 방지를 위해 대인 접촉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출·퇴근 시간 탄력 운용 및 부분 재택근무 시행’ 방침을 밝혔다. 이 방침은 17일부터 코로나19 상황 종료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서울대의 ‘출·퇴근 시간 탄력 운용 및 부분 재택근무 시행’ 공지 내용
운영 내용을 보면, 직원들이 에이(A)형과 비(B)형의 근무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에이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이후 한 시간 동안 ‘재택근무지로 이동’한 뒤 오후 7시까지 근무를 하게 되어 있다. 비형은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재택근무를 한 뒤 이후 한 시간 동안 사무실로 이동하고,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는 방안이다. 다중이 출·퇴근하는 시간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이고 전체 노동 시간은 변동이 없지만, 에이형을 선택하면 오후 7시까지 근무를 해야 하고, 비형을 선택하면 오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해야 해 체감 노동 환경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한 시간짜리 재택근무임에도 재택근무를 선택하면 1일 이내 부서장에게 업무실적까지 따로 보고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직원은 “주위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응징하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방안이 발표된 뒤 직원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부서도 있다. 이럴 거면 재택근무를 왜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무사항이 아니라 부서장 책임 하에 개인 선택이 가능한 제도다. 외부의 대인 접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예방적 차원의 한시적 운영을 전제로 한 것이고, 출·퇴근 시간의 조정으로 직원들의 부담은 가중되지 않는다”며 “재택근무에 따른 근무실적은 당연히 보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