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1시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환매피해자모임(피해자모임) 10여명이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조6천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피해자들이 오는 20일 대신증권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달 만에 거리에 나섰다.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환매피해자모임(피해자모임)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의 퇴출과 피해보상,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14일 대신증권 앞에서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한 달 만이다. 이들은 “그동안 코로나19로 기자회견을 열지 못했는데, 대신증권 주총을 앞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라임 사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아 6조원대 자금을 굴리던 사모펀드 업체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1조6천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한 사건으로 현재까지 피해자는 4000여명에 이른다. 대신증권 반포센터에서 2천억원 가까운 라임 펀드를 판매하면서, 피해자들은 대신증권에 책임을 묻고 있다.
피해자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신증권이 역량 있는 금융사로 다시 거듭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양홍석 사장을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며 “대신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을 61.3% 늘리고 임원에 대한 상여도 주식으로 지급하는 등 양 사장의 부족한 지분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기판매 대신증권 피해자들 죽어간다’, ‘양홍석을 수사하라 대신사기 몸통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기판매 피해자는 피눈물로 잠 못 잔다. 노후자금 등쳐먹는 대신증권 배상하라. 사기꾼들 도망간다. 하루빨리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20여분 동안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주도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핵심인물들이 잠적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점 등에 대해 불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피해자 김미희(가명·55)씨는 “사태가 일어난 지 5개월이 됐지만 대신증권에서는 사과 한 마디도 없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검찰수사가 코로나19로 더 지연될까봐 걱정된다”며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도망쳤으니 공모자인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이라도 빨리 구속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준비 중인 이은영(52)씨는 “(대신증권에서) 너무 안전하다고 해서 남편과 평생 모은 2억원을 투자했는데 손해율이 90%나 된다”며 “펀드인 것도 계약서를 보고 뒤늦게 알았고 계약서도 조작하는 등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민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라임사태 피해자들은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과 이 업체의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 대표와 관계자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은 고소인 조사와 함께 라임자산운용·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케이비(KB)증권·우리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수사 중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 조사도 받고 있고 검찰 압수수색도 있었으며 수사도 받게 될 것”이라며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집회해도 어떤 입장을 드릴 수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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