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설치된 1인 감염 안전 진료 부스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안전성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인천공항에 ‘워킹스루’(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 40여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24일 “감염내과 전문의들과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안전성 제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공항 밖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등 검사 신속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계획 발표 이후에야 이뤄진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부스 안 소독과 환기 문제 등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전날 중대본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신속한 검사를 위해 1명당 6~7분 만에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40여곳을 25일까지 인천공항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중전화 부스 크기의 진료소 안에 내원자가 들어가면, 의료진이 벽에 부착된 장갑에 손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중대본은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를 참고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벽에 부착된 장갑과 그 위에 덧씌우는 비닐장갑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이 있고, 부스 안에 소독제를 분무기로 분사하는 방식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중대본은 발표 하루 만에 애초 계획을 보완하기로 하고, 26일이나 27일부터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환기가 잘 되는 야외에 설치한 드라이브스루처럼 대규모 검사를 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비슷한 시설 설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별도의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드라이브스루의 첫 제안자인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대규모 검사 시설을 설치할 때 신속함만 강조하면 비감염자가 검사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확진자로 잘못 진단될 수도 있다”며 “검사 공간을 빨리 소독하려는 것이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쪽은 “고정된 장갑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그 위에 씌운 비닐은 검체 채취를 할 때마다 레벨D 개인보호구를 입은 의료진이 부스에 들어가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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