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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주 졸업생 “눈물난다. 졸업장 반납하겠다”

등록 2006-01-06 17:05수정 2006-01-07 12:37

제주 오현고 자유게시판.
제주 오현고 자유게시판.
‘신입생 배정거부’ 제주 5개고교 홈페이지 모교 비판 쏟아져

“이제 남은 일은 모교 졸업장을 반납하는 일밖에 없다. 교육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의롭지도 못한 모교의 처사에 대해 분노하고 항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모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국적은 바꿀 수가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가 없다’는 서러운 사실을 하늘도 알아차린 듯 지금 창밖에는 함박눈이 자욱하게 내리고 있다.”(제주 오현고 자유게시판 ‘30회 졸업생’)

제주지역 5개 사립고교가 5일 개정 사학법에 반발해 신입생 배정 거부를 선언했다. 사학재단들이 사학법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낸 집단행동이다. 그러나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 5개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는 사학재단을 성토하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글이 이어지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졸업생들은 “부끄럽다. 모교 졸업장을 반납하겠다”거나 “어린 학생들을 빌미로 하는 집단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을 사학재단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사학지원금을 환수하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학교 배정을 거부한 학교는 제주 오현고, 신성여고, 제주여고, 남녕고, 대기고 등이다.

“눈물이 난다. 모교 졸업장 반납하겠다”
“이것은 내가 배운 바른 정치생활과 틀린 것”

졸업생들은 모교가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며 사학법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것에 충격과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표출하고 있다. 오현고등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관련 뉴스가 보도된 뒤 5일 저녁부터 100여건의 글이 폭주했다.

‘졸업 32회’는 “자랑스런 ‘명문 오현’이 하늘에서 눈물을 흘려 그 눈물이 얼어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며 “오현 정신은 목숨을 걸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당당했던 선열들에 있었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재단 이사장, 동창회 임원, 국회의원! 선거철에만 열 올리며 동창회 찾지 말고, 제발 이런 치욕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게 해달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철회하고 모든 동문의 이름으로 도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30회 졸업생’은 “졸업장은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잃어버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예전에 제출용으로 발급받아 두었던 ‘졸업증명서'를 내용증명으로 반납함으로써 모교와 나의 아름답지 못한 인연을 이제 정리하려 한다”며 “이제부터 나는 영영 모교의 졸업생임을 두고두고 부끄러워하면서 치열한 자기반성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현고 게시판에는 “오현인의 가슴에 피눈물이 흐른다”거나 “오현 정신이 사학비리에 파묻히는구나”, “진짜 실망이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학행일치를 모르는 학교가 한심하다”, “사학법 수용을 촉구한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 남녕고 학교 전경. 출처 홈페이지.
제주 남녕고 학교 전경. 출처 홈페이지.
남녕고 게시판에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uddhist’는 “신문을 보면서 이런 일은 우리 학교는 해당하지 않는 완전히 육지 이야기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학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고 개정한 법이라면 우선 배정된 학생들은 받고, 위헌소송이라든지 그런 것 하면 되지 않느냐”며 “이것은 내가 정치시간, 사회시간에 배운 바른 정치생활과 틀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졸업생 강기숙은 “도대체 무슨 숨길 게 많아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단 말이냐”며 “3년간 자부심을 가지고 다녔던 모교에 대한 추억이 쪽팔림으로 바뀌는 순간, 진짜 열받아 죽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고 게시판에서 ‘OWL’은 “학교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면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해도 부끄러울게 없을 텐데 너무 극단적인 조치다”며 “이번 조치로 학교 이름이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얼마나 해 먹었으면…” “사학법 필요성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교사의 자괴감 “학생 안받겠다는 학교에서 교단에 서기 부끄럽다”

졸업생들의 분노는 “얼마나 해 먹었으면…, 기득권 때문에 신입생 배정까지 거부하느냐”며 사학재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진다. 사학재단을 몸소 체험한 졸업생들은 모교가 사학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오현고 게시판의 ‘비리 척결’은 “처음부터 돈 벌려고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 학교를 만들었을 테니 이런 일이 별로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학생들과 교육을 볼모로 너무도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역시 그 동안 끼리끼리 많이 해먹었구나”라며 “왜 사학법 개정이 필요한지 당신들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혀를 찼다.

제주여고 게시판에서 교사로 보이는 ‘조랑’은 “어제만 해도 신입생 반편성 고사 준비 등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갑자기 터지니 할 말을 잃었다”며 “우리 학교 명단이 오른 것을 보고 허탈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정 과정이 교직원, 학생, 학부모, 동문 모두가 철저히 모른 채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구성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 자체가 사립학교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음주면 보충수업이 실시되는데 학생들에게 어떤 얼굴로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학생을 안 받겠다고 하면서 교단에 서는 의미나 목적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사학법 찬반.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2006학년도부터 후기 일반계 사립고교와 사립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 및 배정을 거부키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6일 오전 이 협의회의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영훈고등학교 앞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신입생 모집 중지 사학재단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려 하자 학교 교장이 기자회견을 제지하고 있다./서명곤/사회/ 2006.1.6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사학법 찬반.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2006학년도부터 후기 일반계 사립고교와 사립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 및 배정을 거부키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6일 오전 이 협의회의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영훈고등학교 앞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신입생 모집 중지 사학재단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려 하자 학교 교장이 기자회견을 제지하고 있다./서명곤/사회/ 2006.1.6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손자뻘·자식뻘 되는 학생들 방패로…어른들이 할 짓 아니다”

오현고 게시판에서 ‘쪽팔려’는 “신입생 입학과 사학법이 전혀 관련이 없는데 사학재단의 기득권, 이해 관계 때문에 죄없는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을 볼모로 삼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교육청 게시판에서 김진수씨는 “누구를 빌미로 삼거나 남에게 해코지하지 않는 것이 제주도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손자뻘, 자식뻘 되는 어린 학생을 방패 삼아 신입생 거부라는 카드를 꺼냈을까”라며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뭘 배우겠느냐”고 비난했다.

제주여고 게시판에서 ‘엘리야’(46회 졸업생)는 “사립학교라 해도 제주 사회와 이 나라 청소년들이 자라는 데 필수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학교가 기업인가? 학생은 조업을 중단한 공장에 쌓인 물건인가?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겠으니 내 조건에 대해 협상해 달라는 거냐? 이런 상황에서 새 학년을 시작한다면, 도대체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할거냐”고 따졌다.

“법대로 처리하라” 격앙된 졸업생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입생 명단 수령 등을 거부한 제주와 서울지역 사립학교법인 등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학법인들의 반 교육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입생 명단 수령 등을 거부한 제주와 서울지역 사립학교법인 등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학법인들의 반 교육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졸업생들은 사학재단 지원금 중단과 “법대로 처리하라”며 격양된 감정을 드러냈다. 제주교육청 게시판에서 ‘신성여고를 졸업한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양은희씨는 “학교에 투여된 세금, 학생, 학부모, 졸업한 동문들의 눈이 무섭지도 않느냐”며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사학재단의 그 건방진 발상은 몇 년이 흘러야 극복될 수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것”이라며 “정부는 망설이지 말고 이런 식의 건방을 떠는 학교에 대해서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기운씨는 “개정사학법은 어두웠던 우리 학창시절의 과거를 더는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개혁 입법으로 그 동안 보수적인 단체와 수구꼴통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입법을 거부했던 것”이라며 “개정사학법을 무시하는 사학재단의 오만 불손한 태도는 국고지원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사유화하고 교육을 무기로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개수작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제주도 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유발한 5개 학교를 법에 근거해 처벌하기 바란다”며 “만약 지역 연고를 이유로, 혹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감사원에 국민 감사를 청구하겠다 ”고 주장했다.

유은상씨는 “정부가 사립학교 운영비를 상당 부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교육부는 사학법을 반대하는 사학재단의 정부 지원금을 환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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