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으면서 수십개의 보험에 가입해 장기 입원을 하고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보험 가입자에 대해, 대법원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화손해보험이 보험 가입자 이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2005∼2016년까지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해 보험사 7곳에 보험 계약 20건을 체결하는 등 모두 36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씨의 월 납입 보험료는 153만원에 이른다. 보험 가입 기간 동안 이씨는 설사나 위장염, 식도염 등으로 장기 입원치료를 받았다. 2007∼2009년 약 40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2009∼2014년 940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이씨는 그 뒤에도 위궤양 등으로 통원치료와 단기 입원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이씨는 보험금 5억 3천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보험사는 이씨가 “불필요한 병명으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입원 일당 위주의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했다”며 부정한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고 보험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씨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씨의) 입원 병명과 치료 내역 등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추어 볼 때 입원 횟수와 입원 기간이 상당히 잦고 길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과다하게 보험에 가입한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씨가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 계약을 체결했고, 이씨 남편의 수입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씨의)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내야 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사건을 돌려보낸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과 2심은 “원고(한화손해보험)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험사의 소송을 기각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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