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서 집회활동을 제한하려는 경찰관을 체포하려다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경찰관 직무 집행이 적법해야 하는데, 해당 경찰관 직무 집행에 위법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변호사가 경찰관을 체포하려 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쌍용차 집회에서 경찰관을 체포하려다 다치게 한 혐의(체포치상)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변 소속 이덕우·김유정·송영섭·김태욱 변호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변호사 등은 2013년 7월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열린 쌍용차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 퇴거를 요구하다 당시 서울남대문경찰서 최아무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가량 끌고 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이 변호사 등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1,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질서유지선은 집회 보호 등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로 설정돼야 하지만 당시 만들어진 질서유지선은 집회 장소의 1/3을 점유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또 질서유지선 명목으로 집회 장소에 미리 진입한 경찰관들의 행위도 적법한 직무 집행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변호사 등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이 경찰관을 체포하려 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애초 기소될 때는 체포치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법원은 체포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들이 당시 최 과장을 인근 검찰청에 데려갈 목적으로 체포하려고 한 것은 맞지만, 일시적으로 최 과장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을 뿐, 신체의 자유까지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체포 행위가 지속된 시간은 약 1분10초에 불과하고, 최 과장을 20m 정도 끌고 가는 데 그쳤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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