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재활교사가 지적장애인 본인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하고 타인에게 무단 전송한 행위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기도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생활재활교사 우아무개씨,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접수된 진정을 검토한 뒤 시설장에게 이들을 주의 조처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의 설명을 보면, 우씨는 시설 이용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지난해 8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시설 이용인 양아무개씨에게 “(그렇게 진술한 이유는) 시설장이 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하게 한 뒤 휴대전화로 이를 녹화했다. 이후 우씨는 영상을 동료 생활재활교사인 김씨와 수사기관에 보냈고, 김씨는 영양사와 다른 생활재활교사 등이 포함된 직원 단체대화방에 영상을 공유했다. 양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촬영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영상엔 또 다른 시설 이용인 박아무개씨가 하의를 벗고 옆으로 앉아 있는 모습도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우씨는 인권위에 “촬영 당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만일 그 사실을 알았다면 촬영 및 전송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인권위 진정은 단체대화방에서 영상을 받아 박씨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것을 확인한 시설 영양사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개인정보가 반드시 본인의 동의 하에 수집돼야 하고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 민법상 대리인을 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 우씨와 김씨는 지적장애인들의 영상을 무단 촬영 및 전송해 피해자들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권고 이유를 밝혔다. 또 고발 등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선 “이 경우엔 진술을 강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 영상 활용방향에 대해 충분히 합의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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