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9일 새벽 ㄱ씨는 술에 취해 아파트 주차장에 잠들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ㄱ씨를 흔들어 깨우고 ㄱ씨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확인했다. 비몽사몽한 가운데 ㄱ씨가 저항하자 경찰은 곧바로 ㄱ씨의 목을 때려 제압했다. ㄱ씨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은 ‘ㄱ씨 때문에 전치 5주의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사실을 부풀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은 기각됐고 ㄱ씨는 체포된 지 18시간만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ㄱ씨는 ‘경찰이 부당하게 체포했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그는 “지구대에서 3시간 이상 묶여 있으면서 수갑 찬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도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ㄱ씨를 깨우자 ㄱ씨가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해 체포했다”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찰과상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으로 당시 상황을 조사한 인권위는 경찰 쪽이 불법적인 공무집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ㄱ씨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위는 영상을 확인한 결과 ㄱ씨가 당시 손을 앞으로 뻗었을 뿐이라고 봤다.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ㄱ씨를 제압하고 체포한 것도 경찰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앞뒤 맥락 없이 일방적으로 ㄱ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처럼 사실을 부풀려 구속영장을 신청한 행위 또한 인권보호원칙 위반”이라며 담당 경찰관에게 징계, 서면경고, 주의 조처 등을 하라고 소속 경찰서장에 권고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