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A)> 광화문 사옥.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전날 채널에이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기자들이 막아나서면서 이틀째 대치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채널에이(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널에이 본사 압수수색을 이틀째 집행하지 못했다. 채널에이 쪽은 최근 이 기자와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대화 내용이 담긴 취재 녹음 파일 원본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29일 오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 본사에 검찰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에 나섰다. 전날 채널에이 보도본부 앞을 막아선 기자들과 대치하다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수사관 4~5명은 이 회사 휴게실에서 하루를 묵었고, 이날 오전 추가 인력이 투입돼 집행을 다시 시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사관이 본사 1층 출입구를 무단으로 뛰어넘어 진입하다가 기물이 파손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에서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전날 이 기자의 주거지 등 4곳은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검찰과 채널에이 쪽은 이날도 자료 제출 대상과 방식 등을 놓고 협의했다. 검찰은 채널에이 전산 서버와 사내 전자우편 자료 등을 전부 압수해야 한다는 태도이지만, 채널에이 쪽은 검-언 유착 의혹과 무관한 취재 자료까지 포함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전에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가 제보자 지씨를 취재할 때 녹음한 파일을 채널에이 쪽으로부터 제출받아 자료를 분석 중이다.
앞서 검찰은 채널에이와 <문화방송>(MBC)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문화방송 관련 영장을 기각했다.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은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범죄사실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채널에이 기자 고발 사건 관련 강요미수 혐의의 참고인’으로 적시했다. 문화방송 취재진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해 최 전 부총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압수수색 영장에는 명예훼손 혐의 피고소인이 아닌 채널에이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참고인으로 기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모든 의혹을 치우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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