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한 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출입구에 경비 직원들이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언 유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채널에이(A) 본사 압수수색이 30일 새벽 2시50분 종료됐다. 지난 28일 오전 9시30분께 압수수색에 착수한 지 41시간 만이다. 이 시간 동안 검찰은 압수수색을 막아선 채널에이 기자들과 대치해야 했고 내부적으로는 문화방송과의 형평성을 문제삼는 대검과도 갈등해야 했다. 수사 초입 단계부터 검찰 안팎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사건의 본질인 검·언 유착 의혹이 제대로 규명될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널에이 압수수색이 종료될 때까지 발생한 검찰 안팎의 논란을 정리했다.
4월28일 오전 9시30분, 채널에이 압수수색 시작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지난 28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채널에이 본사와 이아무개 기자 주거지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의 통화 녹음파일과 채널에이 윗선 보고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채널에이 기자들이 보도본부장실과 전산실 진입을 막아서면서 압수수색에 차질이 빚어졌다.
4월28일 저녁 7시28분, “윤석열, 문화방송 압수영장 기각에 황당”
<중앙일보>는 이날 저녁 7시28분
“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윤석열 황당해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검·언 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문화방송 등을 고발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데 문화방송 압수수색영장은 법원이 기각했다고 전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도 균형 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채널A 한쪽만 영장이 발부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선 “채널A와 MBC와 제보자 지씨 등은 함께 압수수색되는게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 상식적”(한 현직검사)이라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단, 윤 총장의 ‘황당함’의 대상이 법원인지, 서울중앙지검인지는 기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4월28일 밤 10시50분, 서울중앙지검 “치우침 없이 엄정 수사”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약 3시간 뒤인 28일 밤 10시50분 서울중앙지검은 출입기자들에게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발 사건과 최경환 전 부총리 명예훼손 고소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으로도 고소, 고발 사건의 혐의 유무는 물론,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들에 대하여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치우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몇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수사의 형평성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4월29일 오후 4시45분, 윤석열 총장 “균형 있게 조사하라”
압수수색에 착수한 지 하루가 지난 29일, 검찰 수사관과 채널에이 경비원과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양쪽의 대치 상황은 격화했다. 같은 시각 반포대로를 사이에 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 양상도 조금씩 표면화하고 있었다. 최 전 부총리가 문화방송을 허위사실 명예훼손 유포 혐의로 고소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사건의 피의자가 아닌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참고인으로 적시해 법원이 압수영장을 기각했다는 ‘부실영장론’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채널에이 기자의 협박죄와 문화방송의 명예훼손죄 혐의를 따져보면 ‘채널에이와 문화방송을 왜 함께 압수수색하지 않느냐’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검사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는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따지면 된다”며 “엠비시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논리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된 모든 언론사는 다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 형평성 주장은 이치에 안 맞는다”고 짚었다.
그리고 대검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4시45분 서울중앙지검을 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언론에 알렸다. “채널에이(A)-엠비시(MBC) 관련 의혹 사건에 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언급한 제반 이슈에 대해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기소를 놓고 연출됐던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 갈등이 재연된 셈이었다.
4월30일 새벽 2시50분, 채널에이 압수수색 종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0일 새벽 채널에이 본사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검찰은 “채널에이의 협조로 일부 자료를 확보한 후 철수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 중 일부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으며, 일부는 다음에 제출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에만 꼬박 2박3일(41시간)이 걸렸다. 수사의 초입 단계인 압수수색부터 채널에이의 반발로 홍역을 치른 셈이다. 검찰 내부 수뇌부 간 갈등까지 노출되면서 수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검사는 “이번 수사의 핵심은 채널에이 기자와 검사장 사이의 부적절한 논의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검·언 유착 의혹인데 명예훼손 사건과 형평성을 유지하라고 하면 본질을 물타기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수사의 균형과 형평, 비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검·언 유착 의혹이라는 본질이 흐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간부검사도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의 구체적인 수사 방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른바 총장의 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 수사에 총장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임재우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