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2년 전에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나 너무 안타깝습니다.”
‘교통’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형광 조끼를 입고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 교통정리 봉사에 나선 지영근(51)씨는 <한겨레>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지씨는 12년 전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때도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했다.
3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는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권명희(69)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 이천시지회장은 지난달 29일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자원봉사자 일곱명을 모아 곧바로 현장에 달려온 뒤 닷새 동안 매일 현장을 찾고 있다. 오열하고 실신하는 유가족을 끌어안고 등을 두들기며 함께 울었다는 권씨는 이튿날 새벽 다섯시까지 유가족 곁을 떠나지 못했다. 권씨는 분향소가 차려진 뒤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역할과 헌화 꽃 전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권씨는 “내가 힘든 건 유가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유가족들이 회복돼 일상을 찾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30여명의 시민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이날 처음 봉사에 나섰다는 박종남(59)씨는 “봉사 전 분향소에 들러 유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을 함께 흘렸다”며 “한 번이라도 더 봉사에 참여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숙(46)씨도 “앞으로 관련 기관들이 관리·감독을 잘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업을 미루고 봉사에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박갑례(65)씨는 “오늘은 장사를 다른 분에게 맡기고 아침 7시부터 봉사를 나왔다”며 “유가족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천/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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