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 사건 당시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피해자 회원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 제품을 쌓아놓고 항의 시위를 열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에서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비판이 쏟아지면서 남양유업은 해명을 내놨는데, 해명에도 여전히 경쟁사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아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70)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한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ㄱ사의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과 댓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ㄱ사를 비방하는 댓글 중에는 “ㄱ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인근에 원전이 있어서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거나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ㄱ사는 온라인에 이런 식의 비난 글이 계속 올라오는 걸 수상하게 여겨 지난해 4월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께 남양유업 본사와 홍보대행사를 압수수색해 아이디 50여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과 대행사 간의 공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홍 회장을 소환조사 하지 않았고 홍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아직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장이 일자 남양유업은 7일 누리집을 통해 입장문을 내어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서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ㄱ업체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며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건에 대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비방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다, 해명에도 경쟁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남양유업은 2013년 영업사원의 폭언 사건이 불거지고, 대리점에 유통 기한이 얼마 안 남거나 잘 안 팔리는 제품을 강제로 떠넘기고 반품도 받지 않은 ‘물량 밀어내기’ 갑질을 저질러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이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123억원 부과 제재를 받은 뒤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이어온 누리꾼들은 지난해까지도 남양유업의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2009년과 2013년에는 이번 사건처럼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을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자체 홍보 누리집인 ‘남양 뉴스룸’을 만들기도 했다. 남양유업 쪽은 “온라인상에 갑질, 여성직원 부당대우 등 잘못된 사실이 무분별하게 퍼져 뉴스룸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한 트위터 이용자(@Dhun***********)는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로 불매한 지 오래되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불매를 계속하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dut*****)는 “상도도 없고 윤리도 없고 공생도 없다. 이미 우리 가족은 불매운동 중”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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