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피해 고향을 찾았다가 해고통보를 받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로안(가명)이 지난달 17일부터 지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로안 제공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로안(가명·36)은 한국의 코로나19 소식을 접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혔다. 50명 넘는 직원들이 함께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는 일터는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보였다. 한국말을 잘 못해서 불안감은 더욱 컸다. 베트남의 가족들은 로안이 지내는 부산이 대구·경북 지역과 가깝다며 불안해했고, 통화할 때마다 고향에 돌아와 지내라고 설득했다.
로안은 지난 2월23일 작업반장에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며 휴가를 냈다. 반장은 베트남에 갈 준비를 하라며 이튿날 로안을 일찍 퇴근시켜줬다. 그러나 한달 보름가량 가족과 지낸 로안이 지난달 17일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입국심사장에서 날벼락 같은 말을 들었다. 휴가가 시작된 2월25일 이미 자신의 근로계약이 해지돼 입국이 금지됐다는 것이었다.
로안이 받았던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 비자는 근로계약이 종료될 경우 한달 이내에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 신청을 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강제 출국된다. 베트남에 돌볼 가족이 있는 로안은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로안은 3주가 넘도록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에 갇혀 있다.
로안은 지난달 22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그가 직접 자료를 내거나 증거를 모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아 지역 고용센터에 발급을 요청했지만 ‘본인 직접 수령’이 아니면 발급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상담을 예약하려고도 했지만 입국을 허가받지 않은 상태여서 그는 사무소를 방문할 수 없는 형편이다.
로안이 직접 조사에 참석해 진술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그를 돕고 있는 이주민센터 ‘동행’의 원옥금 대표는 “반장이 ‘휴가를 허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로안에게도 녹음파일 등 증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로안이 공항 안에 있어 대면조사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로안은 “공항에서 매번 돈을 내고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고 샤워시설도 없어 힘들다. 무엇보다 답답한 건 직접 부당함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해왔다. 결국 지난 5일 로안과 원 대표는 조사 기간 동안만이라도 체류 자격을 달라는 민원을 법무부에 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그가 강제출국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향에 다녀왔을 리 없다. 사업장 변경 신청 기간을 놓쳐 입국이 금지됐다 해도 다시 체류 자격을 부여해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