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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사’ 사칭하며 여성 10여명 농락

등록 2006-01-11 14:17

여성들이 ‘의사’에만 사족을 못쓰는 게 아니었다. 이번엔 ‘검사’를 사칭한 대학생이 ‘간판’에 눈 먼 여성들을 갖고 놀았다. 검사를 사칭해 여성 10여명을 농락하고 240여만원 어치의 금품까지 뺏은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11일 대구지역 4년제 대학 법학과에 다니는 고아무개(2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한 직후인 2004년 1월 고광우라는 가명으로 인터넷 세이클럽 채팅 사이트에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신분증을 올려놓고 그 밑에 자신은 대구지검 2318호 검사라는 등의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를 보고 세이클럽 홈페이지에 접속한 장아무개(25·여·회사원)씨를 포항의 한 여관에서 만나 성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장씨가 “검찰청에 확인해보니 ‘고광우’라는 검사는 없다”라며 가짜라고 다그치자 고씨는 “사실은 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매달 50만원씩 보태달라고 매달리다 거절당했다. 고씨는 곧바로 앙심을 품고 장씨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성관계 사실을 알리고 동영상과 사진을 집으로 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후에도 고씨의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2005년 12월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호텔에서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이아무개(32)씨와 성관계를 맺고는, 이씨가 잠든 틈을 타 웃옷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 10만원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일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자신의 원룸에서 김아무개(23)씨를 만나 신경안정제로 보이는 알약 2알을 포도주에 섞어 먹인 뒤 의식을 잃자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휴대폰으로 성교 장면 동영상과 함께 나체 사진을 찍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위조한 검사 신분증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피해여성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어 그의 신분과 주거지를 확인한 뒤 10일 오후 1시 30분께 그의 원룸 앞에서 고씨를 붙잡았다. 고씨 집에서는 서울지검 검사 신분증 3장, 대구지검 검사 신분증 5장, 대구지검 사무관 신분증 3장, 컴퓨터와 스캐너 등이 나왔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는 어릴 적부터 검사가 되는 게 꿈이어서 진짜 검사행세를 해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뒤진 끝에 검사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재미삼아 검사 신분증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의외로 여성들이 매달리자 검사 사칭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씨는 학교에 다닐때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늘 양복정장 차림이었고, 홍콩 배우 주성치를 닮은 잘 생긴 용모와 175㎝가 넘는 키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성폭력법 위반, 공문서 위조 동행사, 절도 등 여러가지 혐의로 고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씨가 2년여 동안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드나든 점 등으로 미뤄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피해 여성 5명의 사진이 들어 있었으며, 메모지에는 수십여명의 여성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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