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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나눔의집 후원금, 법인 계좌로 ‘이상한 모금’…인권침해 의혹도

등록 :2020-05-19 20:56수정 :2020-05-2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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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왜 내부고발에 나섰나]
작년 후원 26억원 중 전입 6400만원뿐
“치매 예방 컬러링북 1700원짜리 한권도 못사
찢어진 눈썹 치료 병원행 요구도 묵살”하면서
대표이사 스님 책 구입비로는 100만원 지출

이사진 “법인계좌 모금은 행정적 미숙
운영비는 예산에 사업계획 안 올라와
법리 안 맞으면 운영진 징계하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집 안 제2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집 안 제2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후에 막대한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법인 이사진들의 계획(<한겨레> 5월19일치 6면)이 알려진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전 사무국장 등 시설 운영진, 법인 이사진을 상대로 ‘나눔의집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섯 분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과 역사관 등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법인 정관에 따라 이사진 3분의 2는 조계종 스님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19일 “최근 정의기억연대 논란처럼 이 문제가 곧 ‘위안부’ 피해자 운동 문제로 연결돼 운동 자체를 폄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입을 닫고 있으면 할머니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 전 사무국장을 현금 후원금 횡령, 여성가족부 지원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전 사무국장의 사무실에서는 봉투에 담긴 현금 다발이 발견됐다. 직원들은 안 소장과 이사진 고발도 검토 중이다.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왼쪽부터)과 원종선 간호팀장, 야즈마 츠카사 국제실장이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 교육관에서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2014년 6월 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배춘희 씨의 사진이 보인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왼쪽부터)과 원종선 간호팀장, 야즈마 츠카사 국제실장이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 교육관에서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2014년 6월 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배춘희 씨의 사진이 보인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시설 후원금을 법인 계좌로?

<한겨레>가 이들한테서 입수한 나눔의집 내부 운영자료 등을 종합하면, 그동안 후원금은 시설 운영을 위한 계좌가 아닌, 법인 계좌(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로 걷히는 기형적 구조였다. 이는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 위반이다. 지난달 경기도 광주시청은 나눔의집에 대한 지도점검에서 “법인과 시설은 반드시 후원금 전용 계좌를 구분해서 사용·안내해야 한다”며 “시설 고유의 후원금 계좌를 두고 입소자 복리 증진에 사용하라”고 주의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또 후원자들에게 후원금 수입·사용 내역 등을 통보하지 않는 등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으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도 나눔의집 누리집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을 위한 후원’을 여전히 법인 계좌로 안내하고 있다. 나눔의집 후원금은 지난해에만 26억원이 들어오는 등,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4억3천만원이 법인 계좌에 쌓여 있다.

지난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 운영에는 4억2600만원이 쓰였다. 이 가운데 3억743만원은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했고, 후원금을 모금하는 법인 계좌에서 시설로 들어온 돈은 결산 기준으로 6400만원이다.

후원금은 큰스님 책 구입으로, 후원 쌀은 조계종 승가대로

법인 계좌에 쌓인 후원금이 호텔식 요양원을 짓는 데 쓰일 것을 우려하고 있는 직원들은, 운영진이 “후원금을 아껴 쓰라”는 법인 이사진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침해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직원들은 “할머니들은 병원비, 간병비 등을 할머니 개인 통장에서 해결해야 했고 전입금 형태로 들어온 후원금은 단 한푼도 쓰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지난해 봄께 누워서 지내는 할머니 세 분이 땀을 많이 흘려 개인 돈이 없는 할머니를 위해 후원금으로 여벌의 옷을 사자고 운영진에게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 치매예방용 1700원짜리 컬러링북 한 권조차 후원금으로는 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할머니가 잠을 자던 중 침대에서 떨어져 오른쪽 눈썹 위가 찢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는 “당시 할머니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고 했지만 운영진이 묵살했다”며 “침대 역시 15년이나 썼고 매트리스가 기울어져 있으니 바꾸자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다가 5차례 요구한 끝에 교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엔 치아가 없어 시설에서 제공하는 일반식을 드시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직원들이 개인 돈으로 청국장 등을 대접하자 김 전 사무국장이 제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눔의집에서 이런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나눔의집 역사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일본인 무라야마 잇페이씨는 당시 “할머니를 위한 간호 체제가 불충분하고, 치매 방지나 심리치료 등 할머니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 프로그램이 없다. 후원자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운영을 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렇게 아껴 법인 계좌에 쌓인 후원금은 종종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했다. 2016년 내부 지출결의서와 통장 내역 등을 보면 ‘큰스님(법인 대표이사 월주 스님) 책 구입’ 명목으로 100만원이 빠져나간 내역이 확인된다. 해당 지출결의서에는 안신권 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나눔의집 앞으로 국민들이 후원으로 보내는 쌀을 조계종 종립 중앙승가대학과 동문회 등에 보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직원들의 문제제기로 이런 의혹이 공론화되자, 동문회 쪽은 18일 쌀값 700만원을 법인 계좌로 입금했다고 한다.

운영진 “이사회 결정”, 이사진 “운영진 징계”

직원들의 문제제기에 운영진과 법인 이사진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안 소장은 “직원 두세명으로는 후원금 관리가 어려워 법인이 후원금을 받고 전출금 형식으로 시설에 주자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원 쌀 문제와 관련해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묵은쌀을 버리기 아까워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승가대에 보냈다. 이를 나눔의집 직원들이 문제 삼아서 승가대 동문회로 보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이사인 화평 스님은 법인과 시설 계좌 분리가 잘 안됐던 점에 대해 “담당 인원이 적다 보니 행정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후원금에 견줘 시설 전출금 비중이 적은 것을 두고는 “(시설 운영진이) 예산이 필요하다고 사업계획을 짜면 승인해주는데 (그런 계획안이) 이사회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임이사인 성우 스님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을 하고 안 소장과 김 전 사무국장 등을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박다해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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