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제144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힐링센터 졸속 운영 및 회계부정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선 ‘제144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정의연 쪽은 “현 사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30년 운동의 역사와 대의가 참담하게 무너져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시민 백여명도 함께 참석해 ‘응원합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수요시위 끝까지 이어간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정의연에 지지를 보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과 함께해주신 전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정의연은 최전선에서 전시 성폭력 문제를 보편적 인권문제로 공론화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활동가들,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이어 제기되는 정의연의 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 회계감사를 공식 요청해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억측과 허위사실 유포, 예단을 삼가주길 부탁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시위에선 여성운동계 원로 이효재 선생 등 정의연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설립자 12명의 입장문도 낭독됐다. 대표로 발언에 나선 한국염 정의연 운영위원장은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근거 없는 비판과 매도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원으로 회계정리에 빈틈이 생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긴 활동 중 회계부정이라는 생경한 상황에 접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정의연에도 회계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한다”며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강력히 부인했다.
인근에선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지만 규모는 20명 안팎으로 크지 않았다. 이들은 윤미향 전 이사장의 개인계좌 공개를 촉구하면서 원색적 비난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내 주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수요시위에 반대하는 유튜버들도 간혹 시위에 끼어들어 야유를 보냈지만 곧바로 경찰의 저지에 막혔다.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반대세력을 의식한 듯 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주최 쪽과 발언자들에 큰 박수를 보냈다. “응원합니다” “맞습니다”며 참가자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이도 여럿 있었다. 이날 정의연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시위 영상은 1천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30년 동안 이어져온 운동이 폄훼되어선 안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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