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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들아 지켜 봐주렴 함께 만드는 말아톤 2탄”

등록 2006-01-11 19:28수정 2006-01-11 19:35

첫 자폐인단체 꾸린 김용직 변호사
2000년에야 장애인 인정
홀로서기 밑돌 놓고 싶다

“내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대화해서 아는 것. 그게 제 소원입니다.”

김용직(51) 변호사는 자신을 “180㎝에 70㎏이 넘는 세 살짜리 아들을 둔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아들 김범중(22)씨는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주변 물건 위치가 바뀌기만 해도 괴성을 지르기 일쑤고, 집을 벗어나면 용변 보기조차 힘든 아들, 바로 ‘자폐인’이다.

김 변호사는 12일 출범하는 국내 첫 자폐인 전국네트워크 ‘한국자폐인 사랑협회’의 대표를 맡았다. 흔히 ‘자폐’로 불리는 ‘자폐성 발달장애’는 신체장애보다 수가 훨씬 적고, 드러나는 증상도 적어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그나마 장애인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2000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였다.

그러나 지난해 영화 <말아톤>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이를 감독한 정윤철 감독은 지난해 자폐인 부모들로부터 속편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속편은 영화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자”고 답했다. 이를 계기로 가족과 전문가, 후원자들이 참여하는 법인 설립 작업이 탄력을 받았다.

이 한국자폐인 사랑협회가 탄생할 수 있도록 앞장서온 김 변호사는 지난 20년을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해 왔다. 세 살이 되도록 말을 거의 못하는 아들을 그저 ‘늦된 아이’로만 생각했던 그가 아들의 병명을 알게 된 것은 막 초임 판사로 출발하던 85년께였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내가 잘못해 이렇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내인 성인영(50)씨는 재활의학 전공 의사였기에 더욱 자책을 많이 했다.

이후 부부는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들이 의지할 형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자녀 둘을 더 낳았다. 그리고 동생들에게는 맏이 범중씨를 제 몸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아들이 성장하면서 닥쳐왔다.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 평범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아직 사회적으로 ‘자폐’가 ‘장애’로 인식되지도 못하던 때였다. 결국 그의 아들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김 변호사는 전국적인 자폐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01년, 그는 판사복을 벗고 본격적으로 자폐인 단체를 조직하는 일에 나섰다. 그 노력은 4년 만에 이번 한국자폐인 사랑협회가 출범하는 것으로 열매를 맺게 됐다.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저를 포함해 이런 부모들이 자식을 자립시키고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밑돌을 놓고 싶습니다.”

2005년 9월 현재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수는 9100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폐아가 인구 1천명당 1명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협회는 앞으로 국내 자폐인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벌여 백서를 발간하고, 자폐인 지원센터 운영과 교육사업 등을 펼칠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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