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일과 관련해, 오리온이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문화는 있지만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오리온은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현재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회사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다수 나오고 있어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 입장문을 내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리온은 “고인의 극단적 선택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리온은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고인의 극단적 선택 동기와 회사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내부 조사에서도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문화는 문제가 있으나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상황”이라며 “고용부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책임도 감수할 것이며, 문제가 된 임직원이 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처하겠다”고 했다.
고인이 생전 상급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제기된 일에 대해서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2018년 10월 성희롱 사건은 지금부터 1년 7개월 전의 일로 당시 회사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건”이라며 “최근 유족의 문제 제기로 인지하게 되었으며 현재 조사 및 징계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하고 조사 결과와 내용을 유족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오리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고인이 일에 대한 애로 사항 등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존재함을 발견했고 향후 지속적 교육과 지도를 통해 개혁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이를 실천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오리온 익산 3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서아무개(22)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민단체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공개한 고인의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다’, ‘그만 괴롭히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오리온에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