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김아무개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지 4년이 되기 5일 전인 23일 오후 서울 구의역 스크린 도어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 벽에 시민들이 포스트잇 손편지를 붙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수도권 전철 서해선에서 정비를 하는 ㄱ씨가 맡은 업무는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에서 일하는 ㄱ씨는 스크린도어 정비에 소방 시설 점검과 선로 관리, 환기 업무 등까지 맡고 있다. 차량이 들고 나는 전철 정비에선 2인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ㄱ씨는 일손이 달릴 땐 일주일에 두세 차례 혼자 정비에 나선다. ㄱ씨는 “2인1조 근무가 안 되니 혼자 지하 몇십미터까지 내려가 정비해야 하는 위험한 업무는 엄두를 못 낼 때가 많다. 혼자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가 났을 때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이처럼 역할이 뒤섞인 업무 방식을 “통섭형 근무제도”라고 한다.
2016년 5월28일 19살이었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아무개군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진 지 4년이 지났다. 당시 2인1조 규정이 있는데도 김군이 열악한 하청업체의 인력 사정 때문에 홀로 작업에 나섰던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동료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일손이 늘어 2인1조 규정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일부 수도권 구간 전철의 경우 수익 문제로 인력이 부족해 여전히 2인1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가 근무하는 팀은 11명으로, 그중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사무 작업을 하는 2명을 제외하면 9명이 3조2교대로 12개 역에 있는 스크린도어, 소방 시설, 선로 등을 관리한다. 한 조당 정원은 3명이지만 휴무나 연차로 인원이 빠지면
2명이 움직일 때가 많다. 그러나 2인1조를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문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장은 “시간이 부족하고 인원도 없다 보니 한명이 스크린도어를 고칠 때, 다른 한명은 소방 점검을 하는 등 2인1조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에는 1인 근무가 잦다”고 설명했다.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ㅇ씨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해선 12개 역사 중 8개 역사에는 역무원이 한 명씩 근무한다. 이 때문에 스크린도어 등이 고장 났을 때 초동조처까지 해야 한다. ㅇ씨는 “혼자 점검을 하다 승객들이 밀칠까 봐 늘 두렵다”고 했다.
노조는 인력 부족의 원인이 ‘다단계 민간위탁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선 운영은 국토교통부가 민간 시행사인 이레일㈜에 사업 관리를 맡기고, 이를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에 실제 운영을 맡기는 4단계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소사원시운영의 순이익은 배당금 형태로 서울교통공사에 돌아가니 인력 충원에 나설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서울교통공사는 소사원시운영을 통해 12억원가량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구간 1㎞당 인력은 50명인 데 견줘 서해선 구간 1㎞당 인력은 6명 남짓이다. 정문성 지부장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선 국토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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