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2017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탁현민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가 확정되면 그는 사직한 지 1년 4개월 만에 비서관으로 한 단계 승진해 청와대에 복귀하게 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7일 오후 청와대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탁현민의 청와대 복귀는 성폭력을 끝장내자는 여성들의 외침을 무시한 것이며,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도 남성권력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만 하면 얼마든 공적 영역에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성착취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공직자의 자질을 검증할 때 성평등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탁 자문위원이) 권력의 최고정점인 청와대로부터 지속적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습은 한국 정치가 강간문화에 얼마나 관대한지를 확인시켜준다”고 짚었다. 또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엔(n)번방 성착취 등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탁 자문위원을 (의전비서관에)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탁 자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던 중 2007년 쓴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으로 도구화한 발언이 확인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선임행정관 인사는)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또 다시 억압하는 결정”이라는 시민사회계 비판이 이어지자 탁 자문위원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달여 뒤 청와대는 다시 그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위촉했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에 의전비서관 등의 인사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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