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발레오 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013년 7월15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발레오전장(발레오·옛 발레오만도) 지회가 다수노조 지위를 회복했다. 회사 쪽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고 와해 공작에 나선지 10년 만이다.
28일 발레오 지회는 “전날 열린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교섭대표노조 지위 이의신청 심문 결과, 회사별 노조보다 조합원을 더 많이 확보한 것으로 인정해 교섭대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을 막아온 사실이 재판에서 확인됐고, 강기봉 발레오 대표는 구속(2019년)되고 해고된 노조 관계자들도 복직(2017년)했지만, 교섭권만은 되찾지 못했다.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제도하에서는 소수노조는 회사의 동의 없이는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강식 지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지노위 결정으로 다수 노조가 됐다. 그간은 교섭도 쟁의도 못했는데, 쉽게 말해서 이제 노동 3권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당시 지회장이었던 정연재씨도 “금속노조를 탈퇴한 게 딱 10년전인 5월26일이다.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상황이 안 좋을 때 1노조가 됐는데 기업노조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겠끔 노조를 잘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발레오의 노조 와해 사건은 201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레오가 회사 경비업무를 외주화하고 발레오 지회가 연장 및 야간근로를 하지 않는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회사는 직장폐쇄라는 강수로 맞대응했다. 회사는 같은 해 3∼4월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업무에 복귀시키고, ’복귀자 교육’을 통해 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했다. 이 시기 회사는 창조컨설팅과 몰래 자문계약을 맺고 차근차근 노조와해 공작을 실행을 옮기고 있었다.
같은 해 5월엔 회사가 주도해 총회를 소집해 친기업 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탈퇴’(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 변경)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 결정은 발레오 지회의 소송으로 1, 2심에선 무효 판단을 받았지만, 2016년2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의 판례까지 깨 가며 원심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양승태 대법원이 작성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라는 제목의 내부문건이 공개돼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회사는 또 2010년 7월 노조 관계자 15명을 해고하는 등 모두 29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 행위는 2017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부당해고’로 판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5명이 기나 긴 소송을 하던 중 정년이 지나 공장에 다시 발을 디뎌보지 못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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