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체복부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불합치 결정을 내린 2018년 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군 입대 대신 수감 생활을 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ㄱ(24)씨는 2017년 5월 출소 뒤 스포츠지도사 3종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2018년 필기·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했지만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수감 전에 딴 생활스포츠지도사(2014년), 유소년스포츠지도사(2015년) 자격증은 ‘결격사유로 인한 자격 취소 대상’이 됐다. ㄱ씨의 병역법 위반 전과 기록이 국민체육진흥법이 정한 ‘체육지도자의 결격사유’에 걸린 것이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 대한 보상·구제는 정부 부처나 민간기관의 개별적인 법령 해석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12월 ㄱ씨는 사면법에 따라 병역법 위반 사범에서 복권됐지만, 체육지도자 자격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전히 그를 자격 취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근 백종건 변호사나 권진혁 법무사 등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던 이들이 자격을 회복한 사례에 힘입어 ㄱ씨도 복권과 더불어 체육지도자 자격도 유지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문체부는 “법무법인 자문 결과 ‘형의 선고에 따라 이미 효력이 발생한 사안은 사면·복권으로 변경되지 않는다’는 사면법에 근거해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수감 전 초등·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일했던 ㄱ씨는 스포츠지도사 자격 취소 대상자가 돼, 이제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뒤 후속조처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제5차 유엔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 초안을 보면 “정부는 2019년 12월31일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중 형기 종료 출소자 1878명의 임원 결격, 공무원 임용 제한 등 각종 자격 제한을 회복하는 내용으로 특별사면을 실시했다”며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에 따라 범죄기록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사례인 3년 이하의 징역형 범죄기록은 5년이 지나야 말소된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범죄기록 삭제’ 등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5년 동안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헌재가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전과기록 말소 등 구제조처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으로 부여했지만 정부나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실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변론했던 오두진 변호사는 “젊은 사람에게 5년은 결코 짧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특별사면이라는) 인권 옹호적 결단이 있었지만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 (구제 조처가) 실제 시행되는 단계에서는 소극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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