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포착해 감찰을 진행했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유재수보다 천경득(전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더 두려웠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공개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특감반원 이아무개씨는 감찰 과정에서 천 전 행정관의 힘을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천 전 행정관이 유 전 국장에게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내가 잘 아는 변호사’라며 누군가를 추천했고, 실제로 성사가 됐다”며 “이 사안은 윗선에서 꼭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감찰 범위 밖 내용이지만 윗분들에게도 보고드려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 전 행정관은 청와대 내 인사에 상당한 권한을 가졌다. 천 전 행정관과 마찰을 빚고 청와대에 들어오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고 이날 법정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이어 유 전 국장 감찰이 중단된 뒤인 2018년 여름 들어온 자신과 관련된 투서도 천 전 행정관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를 확인해봤는데 경찰-민주당-민정수석실 순으로 투서가 넘어왔다고 들었다. 천 전 행정관 지시로 경찰청 정보국 쪽에서 투서 내용을 작성했다는 내용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투서가 두차례 들어왔는데 “유재수 감찰 때문이라고 생각했느냐”는 검찰 신문에 이씨는 “두번째 (투서를) 받았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천 전 행정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금융위에서 후보를 물색 중이어서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내부 인사에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말”이라고 일축했다. 또 “(이씨에 대한) 그런 투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씨가 법정에 나오기 전 진술조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청을 다시 방문한 것이 밝혀지자 “검사실에 미리 가서 (진술조서를) 확인하는 것은 의심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인신문할 때 피고인과 연락했는지, 직전에 만난 적이 있는지 물으며 신빙성을 의심하는데, 기소 이후 다시 검사실에 가서 (조서 확인 등) 그런 것들을 하는 건 처음 봤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 쪽 변호인도 “법정에서 증언할 내용과 관련해 증인과 검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당하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이 얼마나 예민한 사건인데 감히 증인을 불러 진술 회유를 할 수 있겠느냐.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증인 소환과 당사자 조서 열람 등 기존에 해오던 업무방식에 따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장예지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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