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취업박람회에서 한 참석자가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떻게 하면 퇴직 후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경제 여건과 건강 외에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8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1955∼63년 태어나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42명을 2014∼19년 심층 인터뷰한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 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례자도 퇴직 후 어김없이 굴곡을 겪고, 고군분투 끝에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통적으로 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존 인식 혹은 타인과의 비교를 내려놓는 ’내려놓음’(전환)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까지 승진한 뒤 퇴직한 ㄱ(62)씨는 공사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취업했다. ㄱ씨는 “정년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2014년)고 했다. 또 2년 뒤엔 “회사라는 온실 안에서 칭찬받고 열심히 살았는데 나와 보니 나를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엔 “나 자신의 생활 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여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지향하고 좋아하는 일과 활동을 선택하는 것도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한다. 호텔조리부에서 3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ㄴ(64)씨는 요리사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가운데 직원식당 등 여러 곳에서 1~3개월의 짧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ㄴ씨는 2014년 면담에서 “항상 요리사란 자부심을 갖고 성실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말고 살아보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018년엔 “취미인 레고 조립 등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산다”고 했다.
김은석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퇴직을 전후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인식의 전환과 깨달음, 학습과 성장, 일이나 활동을 통한 보람과 의미 추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생산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나 고용과 교육, 복지의 긴밀한 연계 하에 이들의 손상된 존재감 회복을 지원하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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