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사실관계가 소명된다’는 판단을 내놓음에 따라 앞서 이 부회장 쪽이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를 심사해달라’며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설득하진 못했지만 최소한 수사의 정당성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사건을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결정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 회의가 11일로 잡혀 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의견서를 통해 수사 및 기소의 필요성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검찰은 의견서에 이 부회장 수사의 적정성을 밝히고 이 부회장 쪽의 소집 신청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 부회장 변호인은 4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담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 법원이 이미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소 상황을 전제로 언급한 만큼 부의심의위가 양쪽의 의견을 들은 뒤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만약 부의심의위가 대검 수사심의위 회부 결정을 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위원(150~250명) 중 15명을 추첨해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현안위는 이 부회장 사건을 안건으로 심의한 뒤 출석 위원 10명 이상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공소 제기 및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의결하게 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한 이 부회장 쪽은 이날 법원의 기각 사유 문구를 놓고 ‘구속이 필요할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없다’거나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록이 기초적인 사실관계 나열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심문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으며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의 소명이 부족하고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 사유 중 소명의 대상이 ‘범죄 혐의’가 아닌 ‘기본적 사실관계’로 달리 표현된 것은 혐의 입증의 정도를 낮게 본 판사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장판사가 영장 심사 뒤 소명됐다는 사실관계가 범죄사실 외에 달리 무엇이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 소명이 안 됐으면 ‘범죄 소명 부족’이라고 기각 사유를 적었을 텐데 그렇게 못 썼다”며 “그러면서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없다며 재판에서 심리를 통해 책임 유무를 결정하라고 한 것은 기소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영장판사가 재판을 해보라고 할 정도면 기소는 일단 하라는 것”이라며 “이미 증거가 확보됐다는 건 그만한 사실들이 있다는 거고 사실관계 소명이 어느 정도 됐다고 봤으니 이제 남은 건 법리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이번주 중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필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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