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형량을 원심대로 확정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작업 협조’를 대가로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판단이 법적으로 ‘확정’됐다. 검찰의 ’불법 승계’ 의혹 수사에서 여전히 ‘승계작업은 실무진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펴고 있는 이 부회장 쪽 주장이 궁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최씨의 형량을 징역 18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으로 확정했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딸 정유라씨의 승마용 말 3필 구입대금(34억 1797만원)과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16억 2800만원) 등 86억여원의 뇌물을 받거나 공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이 이를 다시 확인하면서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 협조’의 대가로 뇌물을 건넨 사실관계도 법적으로 확정된 셈이다.
지난해 8월 최씨 사건의 상고심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을 “최소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고 정의하며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작업이 진행”됐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 또 이 부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닌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자”라고 판시했다. 이때 부정한 청탁의 매개가 됐던 대표적인 승계작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
그러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의도적인 불법적 승계작업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승계작업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규제를 피하기 위한 ‘부수효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확보한 승계작업 문건인 ‘프로젝트 지(G)’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보고 문건들도 “이 부회장은 몰랐고, 미래전략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승계작업’을 위해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최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인데, 이를 ‘이 부회장이 몰랐다’거나 ‘별일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구축해 놓은 방어논리가 무너지는 상황이어서 ‘모르쇠’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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