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범 접촉금지”라는 문구를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로 올린 학교폭력 피해학생 엄마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해학생 엄마 이아무개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이씨의 딸은 2017년 6월 같은 반 친구에게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에게 ‘두 달간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행위 금지’, ‘학교 봉사 3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그뒤 이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그림 세 개를 함께 올렸다. 또 공개수업과 등·하교 때 가해학생을 만나 “앞으로 내 딸을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 내 딸과 가까이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검찰은 학부모들이 가입된 단체카톡방이 있고 누구나 이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씨가 가해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가해학생에 대한 이씨의 발언도 정서적인 학대(아동복지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를 놓고도 “단순히 일반적인 학교폭력방지 목적이라기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를 통한 명예훼손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가해학생의 정신건강이 저해될 위협 또는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가 특정 대상을 지칭하지 않았기에 명예훼손 혐의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인 우리 사회의 현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씨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이씨가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실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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