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넷째) 주재로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2차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노동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경총 회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양대 노총이 18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올해 임금인상분 등으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가 선제적으로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코로나19 충격이 큰 취약 노동자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노사정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향후 노사정 협상에서 정부와 경영계도 이런 취지에 동참하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비공개로 열린 2차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양대 노총은 이같은 제안을 내놨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업장에서 연대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상생연대기금을 조성하겠다”며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한국노총은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한국노총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논의하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집행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협상이 이미 끝난 사업장을 기준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대기업들의 임금인상분으로 40조원의 기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용도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10조7845억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대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운데 30%인 3조5천억원 정도를 상생연대기금으로 돌려 취약 노동자들을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선 사내로 제한된 사용처를 ‘사회적 재난 구호금’ 등으로 확대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위기 업종들의 경우엔 일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해, 시간 단축에 따른 임감삭감분의 절반 정도를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열리기 전에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방안을 보면, 우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재원 마련을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이고 정부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장기 실업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위해,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근로복지진흥기금’ 모금에 사업장별로 적극 동참하는 한편, 올해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공동근로복지기금’으로 조성해 취약층 노동조건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6년 도입된 공동근로복지기금은 대기업(원청)의 노사가 일정 금액을 출연하면 정부가 출연금액의 100%(최대 30억원)를 매칭해 중소기업(하청)을 지원하는 제도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가 집중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노사정 회의를 통한 대책들이 모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방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은 노동계의 제안을 청취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노동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내놓은 것”이라며 “지금까지 맞불 작전으로만 일관해온 경영계가 이제 노동계 제안에 호응하는 양보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다만 한국노총은 후속 논의 사항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민주노총은 별도의 합의 이행점검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노사가 전향적으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검토해 국회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말로 종료되는 긴급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하는 방안을 비롯해 4대보험 납부유예 및 실업급여 지급기한 연장 등 노사 양쪽이 모두 동의하지만, 예산 지원이 수반되는 사항에 대해 기획재정부 쪽과 협의 중이다.
김양진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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