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로 신체에 장애를 입은 뒤 13년이 흘러 장해급여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후유증으로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라면 소멸시효를 새로 설정해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장해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성아무개씨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성씨는 2005년 7월 주유소에서 근무하다 세차용 가성소다에 오른쪽 눈이 노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각막 화학 화상 진단을 받은 성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요양 승인을 받아 그해 9월30일까지 약 두 달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8년 2월 성씨는 병원에서 오른쪽 눈에 각막 화학 화상, 안내염, 망막 박리 등을 원인으로 한 시각장애 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씨의 각막 화학 화상은 2005년 9월 완치됐고,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해급여를 청구하려면 완치 다음 날부터 3년 안에 신청해야 한다고 근로복지공단은 설명했다. 이에 성씨는 “시각장애를 확진 받은 2018년 2월이 장해급여청구권이 발생한 날”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는 2018년 9월 사망했다. 배우자인 신아무개씨는 성씨의 소송을 이어갔다.
1심은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05년 9월 의료기관의 완치 판정이 정당하고 성씨가 당뇨병 등을 않고 있던 점을 고려해 “앞선 질병으로 안내염, 망막 박리 등의 시각장애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씨가 2005년 9월 이후에도 오른쪽 눈에 백내장 수술 등 여러 차례 다양한 수술을 받았던 점에 주목해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앞선 질병이 치유됐다 하더라도 자연적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해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을 새로 취득해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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