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법원의 명도집행에 맞서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강제집행이 신도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6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장위10구역에선 대부분의 주민이 이사했지만 이 교회는 서울시가 산정한 것보다 7배가량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상태다.
“어딜 감히 교회를 건드려!” 고함 소리와 찬송 부르는 소리가 뒤섞여 좁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낀 이들이 골목을 막고 서 철거용역들과 대치하는 중이었다. 22일 아침 7시 강제집행을 위한 철거인력 300여명이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철거를 집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교회 신도들이 모여들어 용역원들을 막아선 것이었다.
법원이 이 교회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교회를 제외한 장위10구역 주민 90% 이상은 이주를 마친 상태다.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가를 82억원으로 매기자 563억원을 달라고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이 지난달 14일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앞서 5일에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당시에도 신도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도 집행 과정에서 집행인력 3명을 포함해 양쪽에서 7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근처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전광준 기자
신도들은 ‘집행인력이 무리하게 집행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만난 신도 ㄱ씨는 “아는 신도 중 한명이 집행세력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사람에게 소화기를 직접 던졌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현장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 일부 신도들이 교회 출입을 막는 집행인력을 향해 먼저 소화액을 뿌리거나 취재기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일부는 몸에 휘발유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북부지법 집행관은 ‘집행 불능’을 결정하고 철수했다. 철거인력이 모두 떠나자 이 교회 신도들은 교회 앞마당에 모여 ‘어둠을 물리치고 복음의 빛 비춰라’라는 내용의 찬송을 불렀다. 한 신도는 “또 집행세력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철야예배를 하며 대기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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