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넷째) 주재로 지난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2차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경총 회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가 노동계와 경영계가 그나마 뜻을 모은 사항마저도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임금 등을 놓고 경영계와 각을 세우는 노동계에서조차 “노사정 대화의 최대 장애물은 경영계가 아닌 기재부”라는 말이 나온다.
22일 복수의 노사정 대화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재부는 이미 발표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과 비상경제회의 결정사항 말고는 추가 지원이 ‘불가하다’는 태도다. 대표적인 게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적용 연장이다. 지난 4월부터 기업이 감원 대신 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이 휴업수당의 최고 90%로 확대됐는데, 이 조처는 이달 말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노사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적용 연장과 함께 항공제조업, 자동차업 등 업종 추가에 뜻을 모았다.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4대 보험료 감면 또는 납부유예 대책도 이달에 종료될 예정이라 노사가 모두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실업급여 지급 기한을 한시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기재부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쪽이다. 1박2일 워크숍을 포함해 9차례에 걸쳐 이뤄진 실무협의회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역대 최고 수준으로 돈을 풀었다” “직간접적으로 푼 돈이 600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는 국가 1년 예산과 맞먹는다”며 추가 예산 투입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처음 열린 부대표급 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노동계에서 불만을 표시하자, 노사정 대화의 주무부처인 노동부 관계자가 “노동부도, 노사도 (노사정 대화 틀 안에서는) 기재부를 못 누른다. 어차피 마지막엔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니 거기서 정리되도록 하자”며 달래고 있다고 한다.
노동계 한 인사는 “기존 정책 외에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정부가 뭐 하러 사회적 대화 판을 깔아서 노사 얘기를 듣는지 모르겠다”며 “경총이 철책 순시하는 초병 같다면 기재부는 베를린장벽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어 선제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기재부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 쪽은 “기재부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지금은 합의안을 만들려고 노사정이 다 같이 논의를 하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한편, 노사정은 이날 밤 실무협의회를 연 데 이어 24일께 부대표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 18일 대표자 회의에서 양대 노총이 제시한 ‘양보안’에 상응하는 방안을 경영계와 정부가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노동계는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해 쓰겠다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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