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관련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으로 구성된 ’핵심협약’ 중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 보장(87·98호)과 강제노동 금지(29·105호) 등 4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는 29·87·98호 등의 국회 비준과 함께 관련 법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안을 보면,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 가입범위가 일부 확대된다. 현재는 산업별 노조와 같은 초기업 노조에만 가입이 가능한 실업자와 해고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직결된 사안인 ’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전교조는 조합원 가운데 해직교사가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다. 또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현재 6급 이하로 제한된 노조가입 직급 기준도 폐지한다. 소방공무원도 노조가입이 허용된다.
20대 국회 때 이번과 거의 같은 법안이 제출됐으나 야당 반발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채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통과 가능성은 종전보다 커진 상황이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은 각각 상반된 이유로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총·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4대 사용자 단체는 최근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노조 쪽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양대 노총은 “특수고용직, 플랫폼 및 프리랜서 노동자, 하청·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 통째로 누락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이 비준되지 않은 점은 외교·통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올해 1월20일 유럽연합은 자유무역협정 분쟁 해결 절차의 두번째 단계인 전문가 패널에 의견서를 제출해 “특고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결사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