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걸려 있어 응급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일부 제약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자신을 치료하려는 간호사들을 폭행한 혐의(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최아무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2018년 10월8일 새벽 만취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경기도 안산시 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최씨는 치질 진료를 받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며 간호사들을 폭행하고 욕설을 내뱉는 등 난동을 부려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간호사들을 손으로 밀치고 복부를 발로 찼던 최씨가 응급의료 종사자의 응급의료 행위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최씨는 “환자에게는 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고,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검사에 대한 항의였기에 의료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응급의료 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다 해도 생명권 등의 보장을 위한 불가피 상황에서는 자기결정권이 일부 제약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