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소녀상에 몸을 묶고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년 10여명이 굳은 표정으로 소녀상 주변에 둘러 앉았다. 장마가 시작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곁에서 우비를 입은 청년들이 소녀상과 함께 비를 맞고 있었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들이다. 이들은 전날 오전부터 이날까지 “소녀상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샘 연좌농성에 나섰다. 이소영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대표는 <한겨레>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게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를 처음 증언한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28년만에 자리를 빼앗겼다. 결국 수요집회 장소를 옮기게 되자 청년단체들이 반발하며 소녀상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인 것이다. 앞서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7월 중순까지 평화의 소녀상 앞자리에 1순위로 집회신고를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정오 소녀상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요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시위 모욕 및 방해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보수단체의 장소 선점에 반발한 또다른 청년단체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소녀상 근처에서 보수단체를 상대로 “수요시위 모욕과 방해를 중단하라”고 항의 집회를 열었다. 6·15 청년학생본부 대학생분과 소속 청년 70여명은 “소녀상을 지키고 역사를 지켜내자”, “수요시위 모욕시위 물러가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발언에 나선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소속 김태중씨는 “친일단체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역사 부정이다”라며 “친일세력의 방해가 있더라도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우리가 이어가고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녀상에서 안국역 방면 인도에서 2미터 간격으로 떨어진 채 “지켜내자 수요시위”, “대학생이 친일청산 이루고 수요시위 지키겠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진보대학생넷에서 활동하는 강새봄씨는 “친일세력이 수요시위를 공격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역사적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피눈물과 외침으로 일궈온 30년의 세월을 일본 정부가 사죄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단체도 이날 오전 소녀상 근처에서 “정의연 해체하라”는 펼침막을 걸고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보수단체와 수요집회를 지지하는 시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 등을 대비해 경찰 병력 400명을 투입해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 단체 간 직접 충돌이나 접촉이 있으면 이격 조치할 계획이고, 불법 행위가 있으면 엄정 처벌할 방침이다. 아울러 소녀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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