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상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스스로 정한 논의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의미 있는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끝날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정은 26일 오후 세번째 부대표급(차관·부회장 및 부위원장·사무총장) 회의를 열어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 대화에 참여 중인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날 “지난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대표급 회의에서 이달 말을 논의시한으로 정했는데, 의견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진 것 같다. 오늘 만난 부대표들이 일요일(28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정도 수준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0일 첫발을 뗀 노사정은 지난 한달여 동안 10여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회와 1박2일 워크숍, 대표급 및 부대표급 회의를 이어왔다. 지난 18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2차 대표자 회의 땐, 양대 노총이 임금 인상분 일부로 취약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영계는 “임금 인상분도 어차피 사용자 쪽이 내야 할 돈이다. 진정한 고통분담이라 할 수 없다”며 노동계 제안에 반대했다. 정부 역시 노사가 실질적인 양보 없이 정부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제기된 상병수당(일반 질병·부상에 대한 급여 보전 제도) 도입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 등 노사 간 이견이 없는 사안에도 대부분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나마 휴업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 정도만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태도라고 한다.
지난 20일 민주노총은 경총 쪽 관계자가 그간 실무협의회에서 ‘임금체계개편, 탄력근무제 기간 확대를 전제로 해야 사회적 대화 참여의 의미가 있다’, ‘고용위기가 현장에서 더 체감된 후에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을 공개하며 비판했다. 이 때문에 22일 오후 7시 열린 실무협의회는 ‘경총 쪽이 민주노총이 언론창구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한동안 파행을 겪었다. 이틀 뒤인 24일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6월 말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대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로 희생되는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금 현장에선 사업 실패와 실업으로 1998년 외환위기 때에 못지않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국민에게 희망보단 실망을 안겼을 땐 비난 화살이 노사정 모두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잘 인식해서 통 큰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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