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개전 사흘 뒤인 1950년 6월28일 새벽 2시, 북한군의 남진 상황을 오판한 국군은 한강인도교(지금의 한강대교)를 폭파했다. 피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던 다리 위에서 순식간에 8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그때 폭파되지 않은 교각과 철구조물에는 아직도 전쟁 당시의 탄흔이 남아 있다.) 대통령 이승만은 27일 ‘정부는 서울을 사수할 것이니 국민은 동요하지 말고 직장을 사수하라’는 라디오 녹음방송을 내보냈다. 자신은 26일에 이미 서울을 빠져나간 터였다. 그 말을 따르지 않은 서울시민들은 한강 다리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말을 믿고 남았던 시민들은 서울수복 뒤 부역자로 몰렸다. 시민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은 ‘가만히 있으라’. 70년 전 6월27일의 일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