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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회사 떠밀고, 합의 뒤집고…공공기관 ‘꼼수 정규직화’

등록 2020-06-30 05:00수정 2020-06-30 08:03

보라매병원, 직고용 합의 뒤 미적
가스공사는 자회사행 원칙 고수
도공, 톨게이트 노동자에 청소시켜
파업에 노-노 갈등 겹친 비정규직
“정부 정책 이면에 방관기류 깔려
회사·노동자 모두 힘들고 갑갑해”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병원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병원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정부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 중인 공공부문 곳곳에서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사쪽의 ‘버티기’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거나, 기존 정규직 노조와 ‘노-노 갈등’까지 겪고 있다.

29일 낮 서울 보라매병원 앞에서 만난 미화노동자 임영심(63)씨는 “보라매병원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 이행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 9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으며 일해온 그는 정규직 고용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 노사가 파견·용역 노동자 직접고용에 합의한 뒤,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614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했지만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쪽은 버티는 중이다.

보라매병원 사쪽은 비정규직 248명 가운데 장례식장·콜센터 노동자를 직접고용 대상에서 제외하길 요구하고 있다. ‘장례식 노동자는 전문기술직이고, 콜센터는 곧 자동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35명으로 소수여서 노조 쪽은 이를 ‘시간끌기용’으로 보고 있다. 임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가면서부터 이제 우리도 (정규직) 되겠구나 마음이 부풀었다가 금방 사그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회사 고용’과 ‘본사 직접고용’ 사이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소방, 특수경비 등의 업무를 맡아온 비정규직 1200여명은 ‘임금 인상 없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올해 초 20일간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사쪽과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홍종표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장은 “임금 인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기존 정규직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고용 불안이 없는) 좋은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의 모습. 박종식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의 모습. 박종식 기자.

비정규직 직접고용이 끝난 기관에서도 ‘꼼수’가 벌어지고 있다. 투쟁 끝에 지난달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최근 고속도로 청소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본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요금수납 업무를 맡기고, 10년 이상 요금수납 업무를 해온 이들을 직고용한 뒤엔 청소를 맡겼다.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은 “남자들이 하던 일을 50대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삽과 낫을 들고 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비용이 들고 자회사는 자회사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직접고용 논란을 두고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순향 부지부장은 “직접고용된 노동자들 중엔 세후 150만원밖에 못 받는 분들도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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