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여개 이주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생존 대책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존 이주민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이 크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등 폐지, 개선 해야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중국인 ㄱ씨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뒤 일용직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다. 생계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매달 지역 건강보험료 24만원을 납부하고 있지만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아니다.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ㄱ씨는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ㄴ씨도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일방적으로 3개월간 무급휴직을 강요해 수입이 사라졌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했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도 할 수 없고 아르바이트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안정 지원금도, 생계 지원금도 ㄴ씨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까지 나서서 지자체에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한 것에 대해 차별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이주민들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주노조 등 전국 100여개 이주 인권단체는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민 생존권과 체류 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주민 차별에서 모두가 평등한 사회로”, “이주민 차별하는 재난지원정책 개선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주민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민들은 항상 위기 때마다 차별의 대상이 됐다. 코로나19사태에서도 지원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도 근로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있는데 차별과 배제만이 존재한다. 이주민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11일 서울시와 경기도가 외국인 주민에게 코로나19 재난 긴급지원금을 주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대책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두 지자체는 아직 이주민을 위한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발언을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동포 박연희씨는 “초기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동포가 혐오의 대상이 됐다. 이후 7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중국동포 교회 쉼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다시 중국 동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며 “정부는 사회적 메시지와 캠페인 등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19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차별과 배제 속에 놓인 이주민들을 위한 생존권 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바이러스는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그 피해는 이주민도 똑같이 겪고 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재난지원금 지원과 난민신청자 취업 지원 마련 등 생존과 체류를 보장하는 전반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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