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이 지인을 채용하기 위해 인사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배 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취약시기 공직기강 점검’ 결과 보고서를 보면, 배 원장은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클러스터 기획·관리 분야 선임급 연구원을 뽑으면서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ㄱ씨를 합격시키려고 외부 심사위원 3명 모두를 자신의 지인으로 구성한 뒤 이들한테 ㄱ씨를 뽑아달라는 뜻을 전했다. 외부 심사위원 3명은 면접에서 ㄱ씨에게 최고점을 줬지만, 내부 위원 2명이 ㄱ씨한테 가장 낮은 점수를 준 탓에 ㄱ씨는 탈락했다. 그러자 배 원장은 면접 점수를 고쳐서라도 합격자를 바꾸라고 채용 담당자에게 요구하는 등 인사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배 원장의 부당한 개입은 2차 채용 때도 반복됐다. 배 원장은 1차 채용 때 떨어진 ㄱ씨를 합격시키려고 그가 2010년 당시 일하던 공공기관에서 금품 수수 사실 등이 적발돼 해임된 사실을 면접위원들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채용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또 ㄱ씨의 채용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면서 ㄱ씨의 비위 사실을 알고 있는 내부 직원을 배제하기 위해 이들이 출장 간 틈을 타 인사위를 소집했다. ㄱ씨는 결국 합격했다.
감사원은 배 원장이 “당연직 인사위원의 정당한 심의업무를 방해했고 인사위원회의 독립성·공정성을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채용전형 자체의 공정성까지 훼손”했다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