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운동부 폭력 피해 학생을 세워두고 학교폭력을 조사한 중학교의 체육 지도자에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주의 조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도자 ㄱ씨의 대처가 “학생에 대한 2차 피해이자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중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일하는 ㄱ씨는 부원 ㄴ군이 다른 부원과 어깨를 부딪히는 등 폭력 피해를 입자 학교폭력 조사에 나섰다. ㄱ씨는 전체 야구부원 20여명 앞에 ㄴ군을 세운 뒤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다른 부원들에게 “ㄴ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던졌다. 이 자리에서 ㄴ군은 다른 부원들이 자신의 주장을 부인하고 자신과 함께 야구 할 수 없다며 성토하는 말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지난 2월 ㄴ군 어머니는 ㄱ씨가 부적절한 조사를 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는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ㄴ군과 다른 부원들이 서로 얘기를 들은 뒤 화해하고 관계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ㄱ씨의 조사가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비밀 보장과 공정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소외감을 느끼고 따돌림을 재확인하는 2차 피해까지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 학교 교장에게 ㄱ씨를 주의 조처하고, 운동부 관리 교원 모두를 대상으로 아동 인권에 대한 직무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