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 서형욱(47)씨 죽음에 무책임한 씨제이대한통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광준 기자
씨제이(CJ)대한통운 경남 김해의 한 대리점에서 7년여간 일해온 서형욱(47)씨는 올해 여느 때보다 숨가쁘게 뛰었다. 길게는 하루 16시간씩 달려야 했다. 코로나19로 물류량이 급증한 탓이다. “요새 가슴이 자꾸 아파.” 서씨는 두달여 전부터 친구들에게 종종 말했다. 일에 쫓겨 병원에 갈 시간도 없었다.
지난달 28일 서씨는 끝내 쓰러졌다. 계단조차 오를 수 없어 직접 택배차량을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서씨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서씨의 누나 서형주씨는 “동생 핸드폰에 설치된 택배 어플을 보니 하루에 300군데 넘는 집을 방문할 정도로 힘들게 일했지만 가족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몰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기업은 ‘특수고용노동자’란 이유로 이들의 희생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씨제이대한통운을 규탄했다.
씨제이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의 죽음은 올들어 두번째다. 앞서 5월에도 건강했던 이 회사 택배노동자 정아무개(41)씨가 잠을 자던 중 ‘악’ 소리를 낸 뒤 의식불명에 빠져 숨졌다. 건강했던 정씨가 갑자기 숨진 원인은 ‘과로’ 때문이라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뒤 석달여 동안 하루 평균 500개가 넘는 물량을 14시간씩 일하며 처리해왔다고 한다.
노조는 정부에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계속되는 죽음의 책임을 원청이 지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산재 신청을 위해 대리점장 등에게 근무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택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택배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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